1930년대 조선을 그린 일본의 풍경화가를 아시나요?
‘지브리 같은 풍경’, ‘마음이 고요해지는 그림’,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
이런 감성을 좋아하는 당신이라면, 한 번쯤 들어봐야 할 이름이 있다.
바로 가와세 하스이(川瀬巴水, 1873~1957).
그는 일본 근대 풍경화의 거장이자, ‘쇼와의 히로시게’라 불리는 인물이다.
하스이는 전통적인 우키요에(木版화) 기법을 현대적으로 계승한 대표 작가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은 우키요에의 세밀한 선과 채색 기법을 유지하면서, 더욱 섬세하고 감성적인 분위기로 발전시켰다.
그래서일까, 그의 그림을 보면 <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한 장면처럼 느껴진다.
동양의 인상파, 우키요에의 현대적 진화
가와세 하스이는 신판화(新版画) 운동의 중심에 있었던 인물이다.
신판화는 20세기 초 일본에서 전개된 새로운 예술 흐름으로, 전통 우키요에의 판화 기법을 바탕으로
더 현실적이고 감각적인 풍경을 추구한 것이 특징이다.
그의 대표작에는 도쿄의 눈 내리는 거리, 벚꽃 핀 교토의 다리, 저녁노을 아래의 일본 마을 등이 있다.
인물보다는 풍경에 집중하여, 조용한 자연과 도시의 시간성을 담는 데 탁월했다.
그리고 1930년대 조선으로의 여행
1939년, 하스이는 조선과 만주 지역을 여행한다.
그는 개성, 평양, 금강산, 진남포 등지를 돌며, 목판화 시리즈로 당시 조선의 모습을 남겼다.
이는 일본인 화가가 본 조선의 기록이라는 점에서, 역사적으로도 예술적으로도 큰 가치를 가진다.
특히 금강산을 그린 작품은, 전통 우키요에의 산수화 느낌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수작이다.
그는 "조선은 일본과 다르지만, 고요한 아름다움이 흐른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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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주목받는 가와세 하스이의 예술
최근에는 하스이의 작품이 지브리의 배경화, 레트로 감성과 닮았다는 이유로
해외 젊은 층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다.
그의 그림을 보면 조용히 힐링되고, ‘보는 명상’처럼 마음을 정화시켜 준다.
특히 미국 스미소니언 박물관은 그의 작품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화 중 하나”로 평가하며
우키요에 계보의 마지막
왜 지금, 가와세 하스이인가?
그의 그림에는 빠르게 흘러가는 도시의 풍경이 아닌,
멈춰 있는 듯한 시간의 결, 사라진 장소들에 대한 향수가 담겨 있다.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요즘,
우키요에를 잇는 하스이의 풍경화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정적인 휴식’이 아닐까?